거울뉴런

9기 유세현


서론: 거울 뉴런(mirror neuron)의 발견

🧠 그림 1 거울 신경세포의 반응.
(a) 실험자가 판에 있는 음식을 쥐는 것을 볼 때의 반응.
(b) 원숭이가 음식을 쥘 때의 반응.
(c) 실험자가 음식을 집게로 집는 것을 볼 때의 반응.

1990년 무더운 8월 저녁, Giacomon Rizzolati와 동료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 “Wow…unbelievable.” 원숭이가 앞에 놓인 건포도를 집어들 때마다 스피커에선 기관총 소리가 울린다. 물론 누군가가 원숭이에게 총을 쏜 건 아니었다. 이 소리는 신경세포 하나가 ‘발화할 때’ 나는 소리였다. 원숭이 자신이 건포도를 집었을 때 발화한 신경세포가, 누군가 눈 앞에서 건포도를 집었을 때에도 발화한 것이다. 마치 거울과 같이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매우 특별한 이 두뇌세포를 과학자들은 ‘거울 뉴런’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각과 행위 간 연관성을 다룬 연구자들은 마침내 원숭이에게서 거울 뉴런 시스템을 발견해내었다. 원숭이의 복측 전운동겉질(ventral premotor cortex)에는 손동작과 입 모양에 반응하는 F5 영역이 있다. F5 영역은 인간의 브로카 영역(Broca area)와 같은 부위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림 2의 (a)와 (b)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진들은 원숭이 자신이 잡기, 쥐기, 찢기, 빨기(sucking), 물기(breaking)와 같은 행위를 직접 할 때뿐만 아니라, 행위를 관찰할 때에도 F5 영역이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울 뉴런이 단순한 움직임 패턴과 흉내에만 반응하는 건 아니다. 거울 뉴런은 그야말로 “귀신같이”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할 수 있다.거울 뉴런은 Biological effector에만 반응하는데, 그림 1의 (C)와 같이 실험자가 집게로 음식을 잡는 걸 볼 때엔 활성화되지 않았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Caggiano et al. , 2011; de Lange et al. , 2008; Gazzola et al. , 2007; Kilner, 2011). 과학자들은 fMRI로 정서를 공유하는 거울 뉴런(Wicker et al. , 2003)이 있음을 관찰 하였고, 고추냉이페록시다제(horseradisgh peroxidase(HRP))라는 특별한 효소의 흐름으로 거울 뉴런의 체계를 밝혀내기도 하였다.

조인성의 눈물 연기를 보며 함께 울고, 손흥민의 골을 보며 함께 웃고, 윤택의 벌레 먹방(이건 자본주의의 폐해일지도 모른다)을 보며 함께 몸서리 치는 데 거울 뉴런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분 주변에도 돌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본론 1: 거울 뉴런의 메커니즘

거울 뉴런은 행위 시와 행위 관찰 시에 있어 동일한 발생 반응을 나타내는, 대뇌 전두엽의 전운동겉질(premotor cortex) 그리고 하두정엽(inferior parietal lobule) 내 신경 세포이다.

🧠 그림 2 전운동겉질(premotor cortex)의 위치.

전두엽은 주로 운동 명령을 내리고 두정엽은 감각을 통합하는 부위로서, 이 두 부위를 연결하는 뉴런들은 감각과 운동을 통합한다. 따라서 거울뉴런은 하나의 세포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전두엽의 운동 영역이 두정엽으로부터 감각 신호를 받도록 하는 신경 체계이다.

뉴런의 기능은 뉴런 간 ‘연결’에 의해 결정되므로, 어떤 연결들이 ‘거울 특성’을 갖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시각 신호는 retina, LGN, V1 영역을 거쳐 후두엽(occipital lobe)에 위치한 시각피질(visual cortex)에 도달해 일차로 처리된다. 이후 신호는 지각 대상의 정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what-pathway를 따라 측두엽(temporal lobe)에 도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위관자고랑(superior temporal sulcus, STS)에 전달된다.

Emily Grossman과 Randolph Blake의 2001년 실험에 따르면, STS 내 해석 장치는 몸짓, 인상, 시선 등 생물성 움직임에 대한 지각에 특화되어있다. 이 해석 시스템은 생명체가 아닌 무생물이 하는 행동을 걸러 내기 때문에 기계의 움직임 정보가 거울 뉴런으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다.

STS에서 분석된 정보는 두정엽 하부의 거울 뉴런에 전달되고, 이어서 전운동피질로 전달된다. 이처럼 거울 뉴런은 시각중추로부터 얻은 시각 정보를 운동 영역(primary cortex)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본론 2: 거울 뉴런의 의의_행위의 이해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했는데도 본인의 운동신경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이미지 정보만으로는 행동의 의미나 다른 행위와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없다. 관찰된 행동의 의미나 의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본인의 운동체계로 전환시키는 이른바 ‘시뮬레이션’ 과정이 필요하다.

전운동피질과 두정엽에 위치한 거울 뉴런은 시각 중추에서 정보를 받아 운동 피질에 전달해 줌으로써 시뮬레이션에서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즉 외부자극이 주어졌을 때, 과거 본인이 했던 행위를 통해 관찰 대상의 의미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다.

운동 중 전운동겉질의 활성화는 시각피질에 정보의 흐름을 보내 잘못된 수행을 지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노래방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관찰자인 나는 친구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마이크를 핥았다면? 노래 상황에 비해 핥기 상황은 잘못된 수행임에 분명하다. 핥기 담당 뉴런과 노래 부르기 담당 뉴런의 활성화의 차이로 행위를 구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론 3: 팔 없이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 팔의 움직임을 미러링할까?

앞서 거울 뉴런은,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을 본인의 행동을 통해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만약 팔과 손이 없이 태어난 사람이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과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팔 없이 태어난 사람도, 팔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과 동일한 영역(premotor cortex)에서 거울 뉴런이 활성화 된다. 손 동작의 수행을 관찰하는 것이, 그들이 발이나 입으로 행동할 때 이용하는 뇌영역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발에 대한 표상이 손동작을 처리하는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연구 결과는, 지금은 잃어버린 손을 다루던 영역이 인접한 신체 부위인 발을 표상하는 것이라 해석이 가능하다.


본론 4: 거울 뉴런의 의의_예리한 지각

안정환 해설위원(축구)과 김선우 해설위원(야구)은 각자의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넘어, 벤치의 작전이나 수싸움, 선수 행동에 대한 평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처럼 선수 출신 해설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일반인의 관점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 방송사에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축구나 야구를 책으로 공부한 사람에 비해서 더 예리한 지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거울 뉴런 체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수행으로부터 본인의 운동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킴에 따라, 이를 반복해 강한 거울 체계를 확립한다면 같은 동작을 보더라도 더 예리한 지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를 관찰하면, 우리도 그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운동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 사람의 운동 체계는 크게 운동겉질(primary motor cortex)과 고차운동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전운동겉질(premotor cortex)이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운동겉질의 뉴런이 이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결정하면, 연결된 특정 근육군이 움직이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운동 프로그램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움켜쥐는’ 행위를 달성하기 위해선 손을 쓸 수도, 발을 쓸 수도 있는데, 손 없이 태어난 사람은 타인이 캔을 움켜쥐는 장면을 보고 발이나 입을 쓰는 운동 프로그램을 활성화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단위가 목표라는 사실이다. 움켜쥐고자 하는 목표의 설정과 방법이 결정되면 근육군의 움직임은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본론 5: 거울 뉴런의 의의_공감

타인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작동하는 신경 기제는 무엇일까? 2003년 Bruno Wicker 연구팀은 본인이 직접 그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뉴런이 타인의 감정을 관찰할 때에도 발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에 있어서 먼저 피험자들에게 향기와 혐오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독한 악취를 맡도록 하고, 그에 따른 심리적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fMRI 영상을 촬영하였다. 촬영 결과 악취의 경우에만 뇌 양쪽의 전섬엽(anterior insula) 부분이 활성화 되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후 피험자들은 찡그린 표정과 같이 혐오 정서가 드러나는 얼굴 표정을 볼 것을 지시받았으며, 동시에 연구자들은 fMRI 영상을 촬영하였다. 촬영 결과 혐오 표정을 관찰할 때에도 악취를 맡을 때처럼 전섬엽이 활성화 되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결론: 거울 신경세포의 중요한 역할_ 사회적 상호작용

회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의 특성상, 사람의 거울 뉴런의 정확한 기능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기 위해선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거울 뉴런은 얼굴 표정을 참고로 하는 소통, 말하면서 하는 몸짓, 문장의 뜻,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차이 등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 모두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꼭 필요한 기능들로, 거울 신경세포는 개인의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현대의 계속된 갈등과 개인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본인의 거울 뉴런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


참고문헌

Wicker, B., Keysers, C., Plailly, J., Royet, J., Gallese, V., & Rizzolatti, G. (2003). Both of us disgusted in my insula. Neuron40(3), 655-664. https://doi.org/10.1016/s0896-6273(03)00679-2

Goldstein, E. B. (2015). _감각 및 지각심리학(9판) _. Cengage Learning.

Christian Keysers. (2018). _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_. 바다출판사.

쟈코모 리쫄라띠, 코라도 시나갈리아. (2016). _공감하는 뇌 거울뉴런과 철학_. U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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