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전다연
없는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떨까?


환상통으로 인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당뇨병으로 인해 두 다리를 잃은 후 환상통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사지와 환상통]
환상사지란 사지 절단 후 그 없어진 절단부위에서 느끼는 지각이상,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인한 통증(동통) 등의 감각으로 절단 환자 60-80%가 이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이러한 환상 사지에서 고통을 경험하는데 이를 환상통이라고 하며, 환상통은 신경병적 통증 증후군에 속한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팔 이외 신체부위 상실의 결과로도 관찰된다. 환상통은 척수 손상 후 발생할 수 있는데, 절단된 후 바로 생길 수도 있지만 몇 년 후에 처음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의 종류는 찌르는 듯한 느낌, 욱신거리는 느낌, 경련의 느낌 등 사람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흥미롭게도, 환상통은 성인기에 절단 시 더 자주 발생하고 어린이 절단 환자에서는 덜 자주 발생하며, 선천성 절단 환자에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환상통은 환상사지의 특정 위치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날씨의 변화나 잔여 사지에 대한 압력과 같은 다양한 물리적 요인이나 감정적인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불안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이는 통증의 시작, 과정, 심각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환상통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답은 ‘아직 알 수 없다’ 이다. 하지만 주요 원인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 바로 중심요소와 주변요소이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환상통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중심요소와 주변요소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환상통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것들]
환상통의 원인으로는 중심요소와 주변요소가 함께 작용하는데 주변요소로는 대표적으로 신경종이 있다. 신경종이란 말초신경 손상 시 형성되는 것으로 손상된 잘린 부위의 말단에서 기계 및 화학적 자극에 대한 자발적이면서도 비정상적인 발화 활동을 나타내는 잔여사지에서 형성된다. 처음에는 신경의 자발적 활동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한다고 생각하여 손상된 신경의 신경절 내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면 통증이 억제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실제로 한 연구[1]에서 이러한 신경종에 마취제 투여 효과를 실험한 결과 자극에 의한 신경활동과 자발적인 신경 활동을 없앤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상통이 종종 신경종이 형성되기 전, 절단 직후에 나타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신경종이 아닌 다른 요소 또한 환상통을 유발함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중심 요소에 대해 다뤄보자. 중심요소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척추’와 ‘뇌간, 시상, 피질’ 세가지를 하나로 묶은 것이 그것이다. 먼저 척추의 관점에서 볼 때 척추 과민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환상통이 나타난다.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신경이 손상된 동물 모델을 이용한 실험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환상통에 중추신경계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있다.[1] 통증과 관련된 말초 신경세포의 활동이 증가하면 척추의 dorsal horn에 있는 뉴런의 시냅스 반응성의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이 중추성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이다. 중추성 민감화란 중추신경계에서 나타나는 신경 신호의 증폭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통증에 대한 과민성(hypersensitivity)도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과민성 또한 절단 중에 발생하는 신경 손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뇌간, 시상, 피질의 변화가 환상통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피질의 축색이, 몸의 일부가 절단된 원숭이에서 관찰된 조직적 변화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조직적 변화는 뒤에서 설명) 즉, 인간 절단 환자의 시상 자극과 기록은 조직적인 변화가 시상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으며, 환상사지 및 환상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는 피질의 변화가 뇌간과 시상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환상통에 대한 새로운 통찰과 치료법]
환상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은 다 큰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절단 실험을 진행하였을 때 이에 따른 일차 체감각 피질의 기능 및 구조적 변화를 입증하는 연구[1]에서 나왔다. 이 연구에서는 다 큰 원숭이의 손가락을 절단한 후 미소전극으로 자극을 주고 모니터링(monitoring) 하였는데 절단된 손가락이 절단되지 않은 손가락이 표현된 영역(그림 1 참고)의 인접한 지역으로 침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가운데 손가락을 절단하였을 때 중지가 차지하고 있던 영역이 바로 옆의 4번째 손가락 혹은 옆에 매핑(mapping) 되어있는 그 외 다른 손가락의 영역으로 침범한 것이다. 즉, 피질이 재편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리매핑(remapping)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일차 체감각 피질이 통증의 처리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기하게도 성인기에 절단된 경우 리매핑이 일어나는 반면 어린 나이에 절단된 경우 신경축을 따라 더 포괄적인 재편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리매핑 현상은 펜필드의 호문쿨루스에 의해 잘 설명되었다. (그림 1 참고)
펜필드의 호문쿨루스란 두뇌 속의 작은 인간이라는 뜻으로 캐나다의 신경외과의사 윌더 펜필드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는 뇌수술을 위해 국소 마취된 환자들에게 전기봉으로 두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환자에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물어보며 아래와 같은 그림을 완성하였다. 즉, 펜필드의 호문쿨루스는 신체의 여러 부위가 두뇌 표면의 어느 부분에 매핑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묘사 방법이다. 이는 신체의 실제 크기와는 무관하게 촉각 등에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가령 몸통의 경우 신체에서 차지하는 실제 크기는 크지만 손가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그림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다.

이러한 환상통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방법이 시도되어왔다. 하지만 존재하는 신체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인 치료가 불가능해 학자들에게 도전 과제로 여겨졌다. 해서 환상통 치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환상통의 원인이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진통제 및 항우울제 약물을 이용해 치료를 시도하였으나 효과가 없었고 그 다음에는 앞서 말했던 신경종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절단된 사지 말단부위를 잘라내는 방법을 사용하였지만 이 또한 일시적이거나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피질의 리매핑을 이용하여 일차 체감각 피질의 일부를 수술적로 제거하는 방법도 이용해보았는데 이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수술로 인한 자극이 환상통을 유발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라마찬드란 박사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거울치료법이다. 이는 거울이 손상되지 않은 사지를 움직일 때 환영의 움직임을 인식하도록 하여 뇌를 속이는 방법이다. (그림 2 참고)

거울치료법은 꽤나 성공적이었으나 양쪽 팔 혹은 다리가 모두 없는 경우에는 효과가 없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새로운 방법이 가상현실을 이용한 방법이다. 뇌로부터 나오는 전기 신호를 예측 값(그림 3의 A)으로, 가상현실을 통해 받는 값을 피드백 값(그림 3의 B)으로 인식할 때 A와 B, 이 두 값에서 차이가 난다면 계속해서 염증이 발생하고 통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를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줄여주면 환상통을 줄여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압력센서나 온도센서가 달린 의족을 착용하는 것 또한 환상통을 줄여줄 수도 있다.

[결론]
과학자들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상통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또한 뇌와 관련된 변화가 주변, 척수, 유전적 체질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현재에는 중심요소나 주변요소 등 환상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졌다. 또한 과학의 발전으로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료도 가능한 단계에 와있다. 거울치료나 가상현실 외에도 환상통과 관련된 신경 가소성 변화를 이용하면 좋은 치료법이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록]
더불어 BIID라는 환상통과는 반대로 자신의 신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절단 혹은 제거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BIID(Body Integrity Identity Disorder)는 일반적으로 Amputee Identity Disorder 라는 학술명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신체 절단 애호증 혹은 신체통합정체성장애라고도 부른다. 이 또한 환상통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기작이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뇌의 지도 작성과정 중 문제가 생길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림 4의 영국 여성 ‘쥬얼’의 경우 6살쯤부터 자신이 맹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고 시력을 잃기 위해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0대가 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시각 장애인의 삶을 흉내내기 시작하였는데, 아주 어두운 선글라스를 끼고 생활하거나 맹인용 지팡이를 짚고 다녔으며 20세에는 점자까지 완전히 익혔다. 이러한 과정에서 쥬얼은 불편함을 느끼기는 커녕 시각 장애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리고 결국 2006년에 한 심리학자의 도움으로 시각 장애인이 되었다. 쥬얼은 “언젠가는 BIID를 치료할 방법이 고안될 것이다. 그러니 나처럼 스스로 시각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2] 쥬얼의 말처럼 BIID도 환상통처럼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1] NATURE REVIEWS | NEUROSCIENCE – Phantom limb pain: a case of maladaptive CNS plasticity? Herta Flor*, Lone Nikolajsen‡ and Troels Staehelin Jensen§
[2] “지금이 행복”…스스로 시각장애인이 된 여성의 아픈 사연 | 나우뉴스 (seoul.co.kr)
<Reference>
- NATURE REVIEWS | NEUROSCIENCE – Phantom limb pain: a case of maladaptive CNS plasticity? Herta Flor*, Lone Nikolajsen‡ and Troels Staehelin Jensen§
- 그림 1- 대뇌피질 호문쿨루스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 그림 2- 절단 환자를 위한 거울 치료법(Mirror Therapy) : 네이버 카페 (naver.com)
- 그림 3- [이지 돋보기] 가전·양판업계, 코로나19에 고객몰이 묘수 찾기…VR·AR 등 체험서비스 효과는? – 이지경제 (ezyeconomy.com) , 뇌모형 5분리(C18)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그림 4- “지금이 행복”…스스로 시각장애인이 된 여성의 아픈 사연 | 나우뉴스 (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