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김도균
완전몰입형 가상현실?
현재, 인터넷의 보급으로 현실과 분리된 가상공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다. 인터넷 상의 가상공간에선 이미 많은 활동들(게임, 영상, 웹툰, 블로그, 커뮤니티 등)이 각각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할만큼 독자적으로, 또 다양하게 발전되었고, 최근에 이르러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AR기술과 VR기술이 등장함으로써, 가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시청각화 시킬 수 있게 되었고, 가상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보다 뚜렷해졌다. 현재 상용화 된 것은 가상공간에 대한 시청각 부분의 기술들이 전부지만, 촉각과 관련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 가상공간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일부 웹툰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과 같은 곳에선 발빠르게 가상공간을 소재로 다룬 스토리를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을 아는가? 아케인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플레이 해봤을 온라인 PC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챔피언)들은 하나같이 고유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무기와 기술들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데, 이러한 모습들이 마치 영화처럼 제작이 된 것이다.
만약 본인이 애니메이션 아케인 속의 한 인물이 된다고 상상해보자. 어떨 것 같은가?

각자 다양한 생각을 했겠지만, 놀랍게도 이는 모두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란 기술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란 게임 캐릭터처럼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행동들을 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말한다. 필자가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 관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이와 관련한 사업이 앞으로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변화가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끔 할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원리와 현위치
우선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원리부터 살펴보자. 원리의 가장 핵심 아이디어는 인체 내부에 일어나는 신호전달들이 전기적 작용이라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 등의 모든 일들과 외부로부터의 자극 및 대뇌로부터의 판단, 명령 등의 정보 전달은 모두 뉴런들을 통해 일어난다. 뉴런들이 이온 농도차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들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들이 보고, 느끼는 것들의 정보는 전기신호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은 체내 정보전달의 이런 점을 이용하여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분석, 모방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상상해보자.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감각이 감각기관으로부터 비롯하여 대뇌로 전해진 전기신호로 구성된 것이라면, 뇌에 똑같은 전기신호만을 주어 실제 보는 것과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뉴런의 정보전달 형태가 전기신호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인간의 뇌와 컴퓨터 직접 연결하여 뇌신경신호를 실시간 해석하여 활용하거나, 외부 정보를 입력하고 변조하여 인간 능력을 증진시키려는 분야가 BCI(Brain-Computer Interface)이다.
최근 BCI 기술의 연구들을 보면 생각보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구현에 많이 다가온 것 같다. 개발을 선두하고 있는 연구진 중 하나인 테슬라의 ‘뉴럴링크’는 2020년 8월 뇌 속에 칩을 이식한 돼지, ‘거투르드(Gertrude)’와 함께 자동으로 칩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 ‘V2’를 선보였는데, 이 칩은 돼지가 냄새를 맡을 때 코에서 뇌로 전달되는 신호들을 수집하여 최대 10미터까지 무선 전송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들을 무선으로 전달받아 컴퓨터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신호가 나타내는 뇌의 활동을 지정할 수 있게 되면, 역방향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뇌에 전송하는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4월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 새롭게 뇌에 칩을 이식한 9살 원숭이, ‘페이저(Pager)’의 영상을 소개했는데, 그곳에선 뇌 활동만으로 조이스틱 없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페이저를 볼 수 있었다.




테슬라의 ‘뉴럴링크’뿐만 아니라 학제간 (미국 브라운대학, 스탠포드 대학,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과 프로비던스 보훈병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 그룹인 ‘브레인게이트 컨소시엄’ 역시도 기술 개발을 선두하고 있는데, 2021년 4월 무선 BCI를 개발해 최초로 인간에게 장착한 시연을 성공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뉴럴링크의 기술과 비슷한 형태로,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남성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그들은 무선 송신기가 장착된 브레인게이트 시스템을 사용하여 높은 정확도와 타이핑 속도로 태블릿 PC를 마음대로 클릭하고 문자를 입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이제 인류는 뇌파만으로 컴퓨터나 로봇 등을 조종할 수 있는 발전된 BCI 기술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미 뇌의 신호들을 분석하여 특정 신호가 나타내는 뇌의 활동을 이해하고 컴퓨터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쉽게 말하면 생각만으로 가상공간 속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다. VR 기기를 체험해 본 사람들은 연결된 컨트롤러나 실제 신체의 모션없이 눈으로 보고 있는 가상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상공간 속 아바타를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가상공간에 생생함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구현에 있어 큰 도약이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구현 가능성
지금까지 소개한 BCI 기술들은 뇌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보내는 단방향 소통의 형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앞서 소개한대로 완벽한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뇌와 컴퓨터 사이의 양방향 정보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뉴런으로부터 발생되는 전기 신호를 탐지하는 것과 컴퓨터에서 뇌로 감각정보를 표현하는 전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안정성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의 완벽한 기술 구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이후에 연구가 진행되면서 양방향 소통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단방향 소통의 형식으로도 VR기기와 같은 외부 장치의 도움을 받으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 근접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VR기기로 가상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실제 감각과 비슷한 형태의 외부 자극을 줄 수 있다면, 비록 컴퓨터로 만들어 낸 전기신호를 직접적으로 뇌신경에 전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상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나의 아바타가 보는 풍경과 듣는 소리 만지는 촉감 등의 감각들이 VR기기들을 통해 직접 눈, 귀, 피부 등으로 물리적인 자극을 준다면, 충분히 실제로 가상현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
VR 기기의 발전
물론 이와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기에는 VR기술 역시도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발달된 VR기술들은 주로 시청감각 위주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현실성 높은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촉각, 후각, 미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기술들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VR 기술의 가치를 파악한 연구자들은 시청각 말고 다른 감각들을 자극할 수 있는 VR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에 발표된 논문 ‘Skin-integrated wireless haptic interfaces for virtual and augmented reality’를 보면 AR, VR을 보다 수준 높은(현실감을 높이는) 기술로 이끌어 올리기 위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곡선면의 피부에 패드를 부착하여 시공간적으로 프로그래밍 되는 기계적 진동의 패턴 정보를 피부로 전달하는 무선 장치를 만들어냈다. 발표한 실험에 따르면 가상공간이 보여지는 터치스크린을 만지면 몸에 부착한 장치에 존재하는 “haptic actuator”가 시공간적 패턴을 가지고 만진 형태대로 진동하면서 촉각을 느끼게 된다. 쉽게 말하면 화면 넘어로 엄마를 만지는 아기의 손길을 패드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논문에서 소개된 실험 중에는 손등, 팔, 가슴, 등에 패드를 부착함으로써 게임(격투게임)에서 게임 캐릭터에게 발생하는 충격을 느낄 수 있게끔(실제와 같은 정도는 아니고 아프지 않은 정도의 진동만 느낄 수 있게끔 했다고 한다.) 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와 같이 가상의 촉감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장치는 촉감에 한해서 뇌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전달하는 단방향 소통만으로도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초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여러 곳에서 BCI 기술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만큼 인간의 뇌와 컴퓨터 사이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다면 가장 기술적으로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개발되는 VR기술과 함께한다면 충분히 근접한 형태의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가져올 미래?
앞부분에서 설명하였듯 이미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그 기술이 개발된다면 분명 다양한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단연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 산업이다. 게임만큼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다양한 종류로 존재할 수 있는 가상 현실을 만들 수 있는 분야는 없다.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수많은 것들을 현실세상에서처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게 되는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 세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열광하게 될 것이다.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관광 여행 산업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집 밖을 나설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라면 이부분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작년과 올해를 보면, 여가활동의 목적으로 국내외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코로나 때문에 수능이 끝나 친구들과 졸업 여행을 기획했던 고3들, 대학에 들어와 설레는 맘으로 MT를 기대했던 신입생들, 휴가를 맞아 해외로 가족여행을 준비했던 사회인들 모두다 일정을 취소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전염병의 확산 우려에서 벗어난 채 이 모든 것을 즐기게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염병과 상관없이 거동이 불편하여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는 사람도, 금전적 이유로 세계의 명소를 가보지 못하는 사람도, 시간에 쫓겨 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도 모두 현실에서 가는 것처럼 관광을 즐길 수 있게 할 것이다.
임상 실험 시뮬레이션 분야에서도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와 간호사의 경우 그들의 손길이 한 생명의 목숨을 좌우하기 때문에 함부로 연습을 하거나 새로운 수술법을 시험해 볼 수 없다. 하지만 가상현실 속에선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나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연습해 볼 수 있으니, 인류의 의료 기술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형태의 가상현실은 군의 무기기술 사용 시험과 우주 탐사를 위한 적응 연습, 기술 시험 등과 같이 위험성이 높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일들을 적은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을 소개하고 그 원리와 실현 가능성, 여러 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까지 살펴보았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영화 ‘소스 코드’나 ‘매트릭스’를 봤거나 소설 ‘달빛조각사’를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한 번 상상해보자.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존재했던 것들이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우리에게 새롭고 신기한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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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원숭이 뇌에도 칩 심었다”…원숭이가 비디오 게임 가능해」, AI타임스, 2021-03-03, page 1.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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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otX 아케인: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Riot Games, 2021-11-22 수정, 2021-12-29 접속, https://www.riotgames.com/ko/news/riotx-arcane-until-next-time-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