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명상의 과학

9기 김원민


오늘하루잠시동안이라도아무것도하지않고오직자기자신에게집중한시간이있었나요?

첫 문장을 보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면 정상입니다. 위의 문장에는 띄어쓰기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당신의 하루에는 중간중간 잠시 멈추고 휴식하는, 띄어쓰기와 같은 시간이 있었나요?

책 “사피엔스”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후 후속편으로 책 “호모 데우스”와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차례로 냈습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앞으로 21세기가 사회적으로 겪을 변화에 대한 작가의 21가지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현대 기술, 정치 체계, 사회 문제들을 망라하는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21장의 제목이 다소 뜬금없습니다. 그 제목은 바로 ‘명상’입니다. 작가는 현 사회의 믿음들을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회의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고 있는지 마지막 21장에서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대학이야말로 인생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일 거라 기대하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의 학문은 세상을 분석하는 도구들을 제공할 뿐 인생의 큰 질문들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알려주지 않아 답답했다고 합니다. 그가 그런 답답한 정신적 상황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친구가 그에게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명상 역시 미신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친구를 따라 ‘위빳사나 명상 수련회’에 참가하며 삶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위빳사나 명상을 통해 현재의 존재함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해당 명상 수련회 이후 매일 2시간씩 명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명상을 통해 그는 실체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서 집중력과 명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발 하라리뿐 아니라,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마이클 조던 등도 꾸준히 명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꾸준한 명상이 직관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행복감이 향상된다고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명상이 정말 그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 역시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했고, 2000년대부터 관련 연구 논문들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 연구 결과들을 통해 과학적인 근거들부터 살펴봅시다.

1993년, 미국 국립 보건원 산하의 대체의학 연구소에서 명상 연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면서 명상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21세기 들어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이 개발되자 명상을 할 때 일어나는 두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버드 의대 허버트 벤슨 박사 연구진은 fMRI로 명상하는 두뇌를 촬영한 결과, 명상 단계에서 안정과 동요의 모순적인 상태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런 안정/동요의 동시적 상­태통찰이 일어날 때, 잡념은 줄어들면서 뇌의 전반적인 활동은 감소하지만, 주의 집중, 시공간 개념이나 의사 결정의 조정과 관련되는 뇌 부위의 활동은 증가하면서 발생합니다. 즉 명상할 때 통찰하는 뇌의 상태를 보인다는 것입니다.[i]

또한 꾸준한 명상이 뇌 기능을 변화시켜 행복감이 증가하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동안 뇌파도(EEG) 기술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 연구한 논문들에서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우측 전전두엽에서 활성화가 관찰되었고, 반대로 열정,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는 좌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ii],[iii],[iv],[v] 2003년 데이비드슨 박사 연구진이 진행한 마음챙김 명상 관련 연구는 실험군 25명을 대상으로 8주간의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한 뒤 뇌의 EEG 패턴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25명의 실험군과 16명의 통제군을 비교한 결과 명상 프로그램을 참가한 실험군에서 긍정적인 감정과 연관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던 좌측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증가한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vi]

2011년 휄젤과 라자르 박사 연구진이 실험군 16명과 통제군 16명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의 하나인 MBSR 프로그램의 효과를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8주간의 명상 프로그램 이후, 명상을 한 피험자들은 해마, 전방대상피질 등의 뇌 부위에서 회백질 밀도가 유의미하게 증가되었습니다. 해마는 기억 저장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뇌의 회복 탄력성과 관련된 중추입니다. 해마의 밀도 증가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을 향상하고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도록 해줍니다. 전방대상피질은 자기 조절과 적응성에 관련된 뇌 부위입니다. 전방대상피질이 잘 기능하면 방해 요인들을 잘 통제함으로써 중요한 일에 잘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빠른 적응력과 판단력을 보이게 됩니다. 8주간의 명상을 통해 해당 부위들의 양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것은 곧 명상이 뇌의 회복탄력성과 집중력, 그리고 적응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시사합니다.[vii]



막상 명상을 시작해 보자니 추상적이고 영적이며 어려운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상은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티베트 승려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요. 특히 명상 기법의 하나인 마음챙김 명상은 일상에 일어나는 일을 그저 자각하는 연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금부터 책 “생각의 판을 뒤집어라”에 소개된 마음챙김 명상 실천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명상법입니다.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호흡명상, 소리명상, 의자명상입니다. 각각은 호흡, 소리, 또는 자신의 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명상입니다. 셋 중에 그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10분 시간을 맞춰 놓고 아래의 명상법에 따라 명상을 해봅니다.

  1. 호흡 명상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모든 과정의 감각에 주의를 지속해서 기울인다. 마음이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닐 때는 그것을 그저 자각한다.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려놓는다. 그럴 때 자신을 꾸짖는 등의 판단을 하지 않는다.
  2. 소리 명상
    이후 주의를 들려오는 소리로 가져간다. 어떤 소리가 들리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소리의 높낮이, 크기, 길이 등을 모두 알아차린다. 소리를 통해 드는 생각이 있다면 그대로 알아차린 다음, 주의를 다시 부드럽게 소리로 돌린다.
  3. 의자 명상
    의자에 앉아서 주의를 호흡 감각에 모으면서 명상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이후 주의를 몸의 감각들로 하나하나 옮긴다. 발바닥부터 주의를 집중해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그저 알아차리고, 이후 종아리, 무릎 순으로 주의를 옮겨간다. 천천히 몸을 스캔하며 감각을 받아들인다.

또 책에서는 ‘의도적 멈춤’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 중에 어떤 순간을 정해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 의도적 멈춤을 할 상황을 정한다. 의도적 멈춤을 할 때, 자신이 알아차린 대상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마음이 그 대상을 떠나 방황할 때는 그저 알아차린 후 주의를 대상으로 되돌린다. 생활의 일부가 될 때까지 하루 3번 의도적 멈춤을 할 것을 계획하면 도움이 된다.
    EX: 이를 닦을 때, 커피를 마실 때, 통근 길에, 식사를 할 때

아래와 같이 간단한 실천표를 이용하여 명상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명상 (하루 10분씩)의도적 멈춤
1~2주차호흡 명상, 소리 명상하루 세 번
3~4주차의자 명상하루 세 번
그 이상호흡 명상, 소리 명상, 의자 명상을 번갈아가며 한다.하루 네 번
(횟수를 조금씩 늘려보면 좋다.)

필자는 위의 표를 통해 직접 한 달간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필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은 있었으나 늘 작심오일을 넘기지 못한 전적이 있습니다. 안 하던 것을 갑자기 매일 하려 하니, 아차 하면 까먹고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작하기에 앞서 소소한 루틴을 세웠습니다. 오전, 오후, 저녁마다 의도적 멈춤을 한 번씩 하고, 오후 중에 10분을 내어 명상을 하기로 계획하였습니다.


1 – 2주 차

처음 며칠 간은 별것 아닌 것 같아 오히려 마음 편하게 하였다. 특히 하나에서 다른 계획으로 넘어갈 때 의도적 멈춤을 했더니 다른 계획의 시작이 쉬워지는 것을 느꼈다.

명상할 때 종종 졸려서, 잠이 오면 눈을 좀 뜨고 있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걸 관찰하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렸다.

날이 갈수록 집중이 조금 힘들어졌다. 매일 더 나아져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감을 느껴 잡생각이 더 많아지고 하루 10분 내는 것도 자꾸 미루게 되었다.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불쾌해서 도망쳤을 감정들을 의식해서 관찰했다. 불쾌한 기분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학교 수업을 끝까지 집중해서 듣진 못한다.

3 – 4주 차

명상을 할 때 잡생각이 많이 나는 것도 그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고 마음을 먹었다. 명상을 한 뒤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부담이 없어졌다.

3주 차부터는 의자 명상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몸의 특정 부위의 감각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명상과 의도적 멈춤을 계속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법을 점차 체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이 하기 싫으면 일단 가만히 몇 번 심호흡을 했더니 미루고 딴 일 하는 횟수가 줄었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3주 이상 꾸준히 매일 명상을 하다 보니 하루가 훨씬 균형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의도적 멈춤을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에 자기 직전 양치하는 중에 했는데 덕분에 하루를 좀 더 알차게 보내게 되는 것 같다.


4주간 매일 10분 명상을 진행해보니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하루를 좀 더 생산적이고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저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위 실천표대로 명상을 하려고 합니다.

온전히 휴식하는 10분 명상의 시간, 여러분도 오늘 계획표에 넣어 보세요!

띄어쓰기 없는 문장의 갑갑함은 느끼면서, 온전히 쉬지 못하는 현재 자신의 하루하루에는 왜 갑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까요? 자각만 하지 못했을 뿐, 이미 마음에서는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한 느낌, 불안감, 무기력함 등을 반복해서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 방치한 자신을 돌아봐 달라고 보내는 신호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 불안의 파도는
점차 잦아들고,

그러면 보다 미묘한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납니다.

이때 우리의 직관이 깨어나기 시작하고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며 현재에 보다 충실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며,
지속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세상의 물살에 휩쓸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리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요함의 자리를 찾아내면 보다 단순하고 명료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하루 10분,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명상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자료 출처

[i] Lazar, S. W., Bush, G., Gollub, R. L., Fricchione, G. L., Khalsa, G., & Benson, H. (2000). Functional brain mapping of the relaxation response and meditation. NeuroReport, 11(7), 1581-1585. https://doi.org/10.1097/00001756-200005150-00042

[ii] Tomarken, A. J., Davidson, R. J., Wheeler, R. E., & Doss, R. C. (1992). Individual differences in anterior brain asymmetry and fundamental dimensions of emo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2(4), 676–687. https://doi.org/10.1037/0022-3514.62.4.676

[iii] Schmidt, L. A., & Trainor, L. J. (2001). Frontal brain electrical activity (EEG) distinguishes valence and intensity of musical emotions. Cognition and Emotion, 15(4), 487–500. https://doi.org/10.1080/02699930126048

[iv] Coan, J. A., & Allen, J. J. B. (2004). Frontal EEG asymmetry as a moderator and mediator of emotion. Biological Psychology, 67(1-2), 7–50. https://doi.org/10.1016/j.biopsycho.2004.03.002

[v] Lin, Y. P., Wang, C. H., Jung, T. P., Wu, T. L., Jeng, S. K., Duann, J. R., et al. (2010). EEG-based emotion recognition in music listening. IEEE Trans Biomed Eng, 57(7), 1798–1806. https://doi.org/10.1109/TBME.2010.2048568

[vi] Davidson, R. J., Kabat-Zinn, J., Schumacher, J., Rosenkranz, M., Muller, D., Santorelli, S. F., Urbanowski, F., Harrington, A., Bonus, K., & Sheridan, J. F. (2003). Alterations in Brain and Immune Function Produced by Mindfulness Meditation. Psychosomatic Medicine, 65(4), 564-570. https://doi.org/10.1097/01.PSY.0000077505.67574.E3

[vii] Britta, K. H., James, C., Mark, V., Christina, C., Sita, M. Y., Tim, G., & Sara, W. L. (2011). Mindfulness practice leads to increases in regional brain gray matter density. Psychiatry Research: Neuroimaging, 191(1), 36-43. https://doi.org/10.1016/j.pscychresns.2010.08.006


참고한 책

제니스 마투라노, 『생각의 판을 뒤집어라: 잠재력을 실력으로 만드는 생산적 명상 기술』, 불광출판사(2015).

장현갑, 『명상이 뇌를 바꾼다: 괴로운 뇌를 행복한 뇌로 바꿔 주는 마음 수련』, 불광출판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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