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그 경계와 미래

9기 이효정

붉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초원. 그 한가운데에서 마주보고 있는 나와 코끼리

오래도록 걷다 마주친, ‘무민 나라로 가는 길’이라고 쓰인 표지판

하늘을 날고 있는 무지개 빛깔의 돼지들

이건 실제로 필자가 살면서 꿔본 꿈들이다.

꿈. 가끔 우리가 꾸는 꿈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상하다. 물론 이렇게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도 꿈을 기억할 때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꿈을 꾼다. 하지만 굉장히 어렴풋이 기억나거나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필자도 꿈에서 느꼈던 감정만 간직한 채로 깨어나 꿈의 내용을 복기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꿈은 우리의 일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지의 세계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와 가깝고도 먼, 꿈에 대한 여러 이야기의 발자취를 되짚어 볼 것이다.


1. 수면과 꿈 – 꿈을 이해하는 첫걸음, 수면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그렇기에 꿈을 꾸는 시간인 ‘수면’에 대한 이해로 꿈에 대한 이야기의 포문을 열고자 한다.

우리 인간의 수면에는 단계가 있다. 1937년, 미국의 과학자 알프레드 리 루미스(Alfred Lee Loomis)는 자는 사람의 뇌파를 측정, 관찰하여 A부터 E까지 단계를 나누었는데, 이 때부터 수면의 ‘단계’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 단계는 크게 빠른 안구운동을 보이는 렘수면(REM), 그 외의 비렘수면(Non-REM)으로 나뉘며 렘수면(REM)이 전체 수면의 약 20~25%를, 비렘수면(Non-REM)이 약 75~8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 꿈은 대개 렘수면(REM)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의 뇌는 각성해 있는 상태이지만 몸은 자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꿈을 꾸며 여러 자극을 받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실제 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제 비렘수면(Non-REM)을 잠시 살펴보자면, 비렘수면의 경우 크게 N1, N2, N3의 세 단계로 나뉜다(N3의 경우 2개의 단계로 세분화하여 N3, N4로 나타내기도 함). N1은 잠에 빠져드는 단계로, 몇 분에 불과한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된다. 그 이후 조금 더 깊은 잠인 N2로 넘어가게 되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깊은 잠’ 혹은 ‘서파 수면’이라고도 부르는 N3 단계가 나타난다. 이 때는 누가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한다. 이 일련의 단계들은 보통 N1→N2→N3→N2→REM의 순서로 진행되며, 한 주기는 약 90~120분이 걸리고 하룻밤동안 약 5회의 주기가 반복된다. 

그림 1. <Why we sleep> by Matthew Walker

앞서 렘수면(REM) 시간에 대개 꿈을 꾼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비렘수면(Non-REM) 시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3년 URMC(University of Rochester Medical Center)의 연구에 따르면, 비렘수면(Non-REM) 동안 The removal of Waste(뇌의 쓰레기 제거)를 진행하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작동한다. 본래 우리의 신체는 독소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땀, 대소변 등이 대표적으로, 대개 림프계가 이러한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해당 연구 전까지 림프계는 뇌까지 확장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으며, 뇌에서의 독소 배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미지수였다.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아교세포(glia)와 림프(lymphatic)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용어로, 이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y)의 이미징 기술을 통해 관찰되었다. 뇌는 뇌척수액(Cerebra; Spinal Fluid, 이하 CSF)에 담겨있고, 거미막(arachnoid)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CSF는 신경아교세포(glia) 중 한 종류인 성상세포(astrocyte)가 통제하는 System of Conduits를 통해 뇌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때 CSF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과도하게 남는 단백질을 비롯한 다른 쓰레기 및 독소들을 쓸어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림프계 시스템을 통해 간으로 도달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혈관과 평행하게 나아가는 글림프 시스템과 교환되어 흘러간 후 배출된다. 즉, 정리해보자면 우리는 수면 전반부인 비렘수면(Non-REM) 시간에 청소된 뇌를 가지고 렘수면(REM)때 꿈을 꾸게 된다.


2. 꿈의 기능 – 우리는 대체 왜 꿈을 꾸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꿈을 꾸는가? 꿈을 꾸면서 우리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우리는 꿈을 꾸며 기억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정리’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매슈 워커 교수는 꿈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하는데, 하나는 깨어 있는 동안 겪은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기억을 재처리하여 감정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을 촉진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동안 경험한 여러 사건과 이전에 습득한 지식에 대한 기억들을 정리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는다고 그는 설명한다.

또 유명한 이론은 꿈의 ‘위험 시뮬레이션’ 기능이다. 핀란드의 뇌과학자 안티 레본수오(Antti Revonsuo)교수가 발표한 이론으로, 현실에서의 걱정과 근심, 위험을 꿈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환경으로 가져가 시뮬레이션을 해봄으로써 위험 대처 능력을 기른다는 것이다. 그는 선사시대 인류는 위험한 환경적 여건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능을 하는 시연몽을 꾸었고, 이를 통해 자연의 위협을 극복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대개 꿈은 논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글을 시작하며 묘사한 필자의 꿈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또한, 대부분의 꿈이 잠에서 깨어난 후에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체 어떻게 꿈으로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2021년 5월, 미국 터프츠대의 신경과학자 에릭 호엘 교수는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과적합 가설을 차용하여 꿈을 설명한다. 그는 꿈이 과적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이즈 주입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과적합, 그리고 노이즈 주입의 개념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인공지능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과적합 혹은 오버피팅(Overfitting), 근본적으로는 학습에 대한 개념으로, 학습을 통해 획득된 지식이 다른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오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과적합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원인은 바로 학습된 정보의 편향성이다. 이는 학습에 사용된 자료가 전체 상황을 대표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닌 경우, 학습 내용을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

두 번째 원인은 복잡성과 한계성이다. 예를 들어 이차 함수의 경우, 직선의 형태만 가능한 일차 함수와 달리 곡선의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며, 이차항이 0일 경우에는 일차식처럼 직선의 형태도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유연함은 오히려 경우의 수를 늘려 ‘복잡성’을 높이게 되는데, 우리의 제한된 사전 지식으로는 그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해결책을 일일이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계성’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복잡성과 한계성이 함께 높아지면 우리는 과적합에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과적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노이즈 주입(Noise Injection)’ 기법이다. 인공지능 학습의 시작은 데이터의 주입이다. 인공지능이 기존 정보를 학습할 때, 그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로 빠르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른다. ‘기존’의 데이터에서 최선을 찾아야 한다는 한계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이즈를 불어넣어 데이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이즈 주입(Noise Injection)’을 활용한다. 노이즈가 데이터를 방해하는 것이 기능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오히려 노이즈는 특정 데이터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균형 상태를 회복하고, 일반화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해당 논문에서는 꿈이 바로 뇌가 만든 노이즈라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코로나 이후 일상이 단조로워진 현대 사회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데, 단조로움은 곧 제한된 데이터의 습득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인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데이터의 습득은 뇌의 특정 회로와 특정 루틴, 특정 기억을 강화시키지만, 반대로 몇몇 회로들은 거의 기능하지 못하도록 하여 과적합 현상을 야기한다. 이는 훗날 우리가 제약이 많은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일반화되지 못한 지식으로 인한 뇌의 혼란을 겪고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에릭 호엘 교수는 논문에서 꿈이 바로 이러한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먼저 기존에 밝혀진 꿈의 기능인 기억의 정리로 ‘복잡성’을 해소한 다음, 노이즈를 불어넣어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도록 하는 시뮬레이션 기능을 작동시킴으로써 단조로움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과적합 현상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과적합 가설은 이러한 꿈의 기능을 인공신경망의 Drop Out 주입기법에 비유한다. Dropout 주입기법은 모델의 복잡성이 높은 딥러닝의 과적합을 방지하기 위한 정규화(Regularization)의 일종으로, 모델을 간소화하고 제약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글자 그대로 무언가를 ‘버리는’ 과정인데, 인공지능에서 버리는 것의 단위는 노드, 즉 인공 뉴런이다. 인공지능은 Dropout을 통해 노드를 버림으로써 특정 노드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며, 보다 공고한 신경망을 구축하게 된다. 에릭 호엘 교수는 이 개념을 꿈에 적용시켜, 꿈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화’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3. 꿈을 꾸는 뇌 – 우리의 꿈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자, 지금까지 꿈의 기능을 살펴보았다. 이제 꿈의 ‘내용’에 집중해보자. 여러분은 잠에서 깬 다음, 꿈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물론 ‘나는 언제나 꿈이 다 기억하는데?’ 라는 독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매일 꾸는 꿈 중 몇 개만 희미하게 기억나거나,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때로는 꿈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어떤 느낌 혹은 감정(슬프다거나 무섭다거나, 너무 행복하다 등)만 남아있기도 하다. 우리는 왜 모든 꿈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까? 꿈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더라도 의아하긴 매한가지다. 꿈을 꿀 때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던 사건들이 깨고 나서 보면 아무런 논리도 없다. 우리의 꿈은 왜 이렇게 맥락도 없고 비논리적인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용도 기억 못하면서 가끔 꿈에서 깬 뒤 한기나 슬픈 감정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꿈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투성이다.

앞서 렘(REM)수면과 비렘수면(Non-REM) 두 가지의 수면상태가 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는가? 이 단락에서는 두 가지 수면상태를 검토하며, 앞서 언급한 우리의 꿈에 대한 수많은 의문들 중 일부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제 두 가지 수면상태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이제 수면 주기의 전환이 언제 일어나며,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들여다볼 때이다. 수면 주기 전환의 키포인트는 바로 ‘뇌의 신경세포가 어떤 화학물질을 분비하는가’다. 우리 대부분이 꿈을 꾸는 렘(REM)수면 상태에서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 분비되며, 이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은 우리의 기억 연상 작용을 촉진시킨다. 반면, 비렘수면(Non-REM) 상태 때 분비되는 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화학물질로 주의집중을 유도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은 뇌간의 청반핵에서 분비되며, 뇌를 각성 상태와 꿈 상태라는 두 가지 상태로 유도한다.

자, 이제 우리가 앞서 가졌던 의문들을 하나씩 짚어볼 때가 왔다. 우리의 꿈은 왜 대개 맥락이 없으며,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을까? 깨어 있을 때 우리는 대개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한다. 물론 항상 100%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종종 주의력을 잃은 채 산만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각성’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의 주의력 분산은 통제가 불가능한 산만함은 아니다. 그러나 잠을 잘 때 우리는 딱히 목적을 지니지 않으며, 주의집중을 유도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약해진 렘수면(REM) 상황에서 대개 꿈을 꾸게 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 약화는 우리가 아세틸콜린의 기억 연상 유도에 따라 (다소 괴상한) 기억의 재조합을 ‘비각성 상태로’ 경험하도록 한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난 후 꿈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주의 집중력, 목적 지향성이 없다고 해서 감각 입력도 함께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목적이 없으면 뇌는 아무 기억이나 불쑥불쑥 인출해버린다. 이처럼, 맥락 없는 꿈의 첫 번째 원인은 바로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다.

우리의 맥락 없는 꿈에 기여하는 두 번째 요소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비활성화와 편도체(Amygdala)의 활성화이다. 전전두엽은 전두엽의 앞부분을 의미하며, 주로 상황 판단, 해결책 모색 등의 고도의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상황판단의 핵심은 작업 기억이다. 받아들인 감각 기억을 직접 처리하는 과정인 작업 기억은 ‘현실’을 생성한다.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전전두엽은 시간적인 순서에 관여한다. 1991년, <The frontal cortex and memory for temporal order>에서는 전두엽 부분이 손상된 피실험자들은 일련의 시간적 사건에서 ‘현재’를 구별해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해 전두엽, 그리고 전전두엽의 기능을 새로 고찰하도록 했다. 우리의 해마에서는 장소와 사물이 결합되는 장면 기억이 생성된다. 임시적으로 생성된 이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자는 동안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서 강화되며, 또 측두엽(temporal lobe), 두정엽(parietal lobe) 부근으로 이동해 이전의 기억과 결합한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기억을 저장한다. 그런데 이 순서를 잘 모른다면? 사건이 뒤죽박죽 섞일 것이다. 전전두엽에서는 바로 이러한 일련의 기억 장면들을 과거, 현재로 구분하고 시간에 맞는 기억으로 정렬시켜준다.

이처럼 현실을 생성하고 시간적 맥락을 더해주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화되는 꿈을 꾸는 시간은 상황 판단력이 떨어지며, 꿈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의 맥락을 흐트러트린다.

이제 마지막으로 들여다볼 질문은 이것이다. 왜 우리는 꿈의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때도 종종 꿈으로 인한 감정과 느낌에 압도당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꿈을 꾸는 동안 내측 전두엽과 편도체, 해마, 전대상회 등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은유적 표현과 관련된 오른쪽 하두정엽의 활발한 기능은 직접적이고 확실한 언어보다 풍부한 정서와 암시를 전달한다. 덕분에, 우리는 꿈에서 매우 다채롭고 풍부한 감정을 느낀다.

이렇게 뇌의 호르몬적 변화와 영역별 활성화 정도는 우리가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면서도 생생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종종 그 정확한 내용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게 만든다.


4. 꿈은 통제가 불가능할까? – 루시드 드림

 우리는 꿈을 꿀 때 대개 그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또한 나중에 돌이켜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무논리의 꿈 속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꿈에 휩쓸려 갈 뿐이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은 때로 매우 좋지 않다.

필자의 예시를 들자면 이렇다. 어느 날 잠에서 깼다. 희미하게 기억을 더듬어본다. 추적자들을 따돌리며 미로를 돌고 돌아 마지막에 결국 탈출구 같은 문까지 갔는데, 열쇠가 없어 결국 탈출을 못하고 말았다. 열쇠만 있었더라면. 아니면 그냥 문을 부수거나 자를 수 있는 광선검 같은 것이라도 있었다면… 진짜 있었던 일도 아닌데 왜 기분이 나빠지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굉장히 가벼운 예시이고, 때로 꿈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내가 크게 다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내 꿈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의문에 답해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다. 루시드 드림은 우리말로 “자각몽”이라고도 하며, 스스로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보다 넓게는 제어력이 높은 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 2. ⓒMPI of Psychiatry

루시드 드림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중 중요한 몇 가지 연구를 훑어보자. 2012년 Max Planck Institute(Munich), Human Cognitive and Brain Sciences(Leipzig), Charite(Berlin)의 과학자들이 함께 일반적인 꿈을 꿀 때와 달리 루시드 드림 상태에서는 대뇌피질의 특정 부분 활동이 몇 초간이지만 매우 현저하게 급증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특정 부분들은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DPFC), 전두극(Frontopolar pole), 쐐기앞소엽(Precuneus)으로 이 부분들은 각각 자기 평가, 자신의 생각 및 감정을 평가, 자아 인식과 관련된 부분들이다. REM 수면 때 이 세 부분만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루시드 드림 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이어 2014년, 연구자 Ursula Voss는 Nature에 특정 대역의 뇌파 진동수가 루시드 드림과관련이 있음을 보고했다. Voss는 REM 수면 때 피험자들의 이마 정면과 측면 관자놀이 부근에 2Hz부터 100Hz까지 전기자극을 흘려보내며 어느 범위에서 피험자들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루시드 드림 상태의 수면자들 뇌의 정면 및 측면이 조금 더 ‘깨어 있는 것 같은’ 상태로 이동하며, 그 때의 뇌파 진동수 대역이 약 40Hz 정도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해당 대역의 전기 자극으로 루시드 드림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2018년, 해당 연구자들은 당시 실험을 통해 유도한 루시드 드림 상태는 약 2분 정도만 지속되었다고 밝히며, 전기자극만으로 루시드 드림을 유도하는 것까지는 가능할 수 있으나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거나, 실제로 꿈을 제어하는 단계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고 이전 연구를 정정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연구 결과 루시드 드림은 의식적 활동에 의한 ‘자발적’ 현상이라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이 기반이 되어 일명 ‘루시드 드림을 꾸는 방법’이 여러가지 등장했는데, 그 중 2019년 IFL Science에 발표된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의 Denholm Aspy가 발표한 것을 소개하겠다. 그는 루시드 드림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MILD(Mnemonic Induction of Lucid Dream)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마일드(MILD) 기법은 미국 자각몽 협회가 고안해낸 기법으로, 처음 5~6시간의 수면 후, 몽롱한 상태에서 꿈을 기억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 후 스스로 ‘다음에 꿈을 꾸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이다. Denholm Aspy 박사는 이 방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실험했고, 그 결과 참가자 169명 중 53%가 자각몽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꿈 일기 쓰기, 현실검증(Reality Testing), WBTB(Wake Back to Bed: 5시간 만에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 훈련이 반복되면 단순히 꿈을 꾸는 중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꿈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고 하니 독자 여러분 중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탐구해봐도 좋을 듯하다.


5. ‘미래’도 꿈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 꿈의 의미

바로 앞에서, 필자는 맥락도 없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꿈 때문에 종종 ‘기분이 나빠진다’고 반응하는 상황과, 꿈을 꾸는 상태를 자각하고 꿈의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100%는 아니더라도!)을 다루었다. 그런데, 꿈에는 반드시 맥락이 있어야 할까? 맥락도, 논리도 없어 보이는 우리의 꿈은 정녕 아무런 의미도 없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인셉션>을 본 적이 있는가? 영화 <인셉션>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해당 영화의 아이디어를 꿈에서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셉션>에서는 현실의 관계와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꿈의 스토리를 꾸며내고, 생각을 훔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 특정한 생각을 심기도 한다. 생각을 심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 취향 혹은 삶의 방향까지도 바꿀 수 있다.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엄청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버거킹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꿈에서 광고를 틀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셉션에서 등장한 “꿈을 이용한 생각 주입”이라는 개념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시대가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고,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혁신이든 시작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혁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개 모방에서 출발하며, 아무런 근거 없이 등장하지 않는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상상도 못할’ 모습일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마주할 미래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알고,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조합해서 탄생하는 혁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정말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합하여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꿈을 꾸며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어제 꾼 여러분의 맥락 없는 꿈 구석구석에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이 숨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가. 여러분이 오늘 꾸게 될 꿈이, 그 꿈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미래가 궁금해지지 않는가?


[참고문헌]

  1. Antti Revonsuo. The reinterpretation of dreams: An evolutionary hypothesis of the function of dreaming.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3(6): 877-901(2000)
  2. Erik Hoel. The overfitted brain: Dreams evolved to assist generalization. Patterns by CellPress volume 2, issue 5(2021)
  3. Mary Pat Mcandrews, Brenda Milner. The frontal cortex and memory for temporal order. Neuropsychologia Vol. 29, 849-859(1991)
  4. Martin Dresler, Renate Wehrle, Victor I. Spoormaker, Stefan P. Koch,… & Michael Czisch. (2012).  Neural Correlates of Dream Lucidity Obtained from Contrasting Lucid versus Non-Lucid REM Sleep: A Combined EEG/fMRI Case Study. SLEEP, 35(7): 1017-1020
  5. Ursula Voss, Romain Holzmann, Allan Hobson,… & Michael A Nitsche. Introduction of self awareness in dreams through frontal low current stimulation of gamma activity. Nature Neuroscience 17, 810-812(2014)
  6. Denholm Aspy, Paul Delfabbro, Michael Proeve, Philip Mohr. Reality testing and the mnemonic induction of lucid dreams: Findings from the national Australian lucid dream induction study. Dreaming 27(3): 206-23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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